Hera님


유명한 작품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봤는데 실망스럽다. [너의 이름은.]과 별반 다르지 않고 학생시대로 세계관은 한정돼있다. 아 물론 작화는 좋았다. 게다가 등장하는 여자캐릭터는 고전적인 여성상에 갇혀있었다. 절친이면서 편지상에서 경어를 쓰고, 고백하려 하면서도 남주의 다정함-어떻게 보면 어장관리-에 자기한테 다정하지 말라고 몸부림치는거나, 극도의 수줍음. 전형적인 수동적인 여성캐의 한계를 이곳에서도 답습할 뿐이었다.

1부 벚꽃이야기
그거 알아?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cm
겨우 13살짜리 중1이 겨울날 어렵게 만나 하루밤 지새우는 이야기. 10년전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편지로 교류하는것부터 일부러 아날로그화하고싶었는가 싶었는데 내내 기차가 연착하고 기다리고, 기다리지말라고 되뇌이고. 문자도 톡도 안되는 상태라니. 1990년대에 삐삐가 나왔는데 어른의 감성을 위해 문명의 이기를 배제해버려 그게 애틋하고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미련하고 답답했다. 도치키로 전학간 아카리와 카고시마로 전학갈 타카키가 하필 저녁약속으로 만나는 것도 굳이? 싶고 시간이 늦어서 기차가 부모님의 걱정하나 없이 지들끼리 러브스토리 찍고 자빠진것도 우등생인척하는 주인공 캐릭터적으로 이해 안갔다. 게다가 남주의 우울함에 같이 우울함이 전염되는듯했다. 편지 허공에 날아가 버릴때 그 소중한 편지라면서 덜렁거리고 다닐때부터 불길한 징조이긴했지만 덧없이 날아갈때 감독이 관객 빡치게 작정하려나 싶었고 극의 우울감을 한층 더했다.열차안의 풍경은 활기나 따스함 보다 스산함과 적막이 흐르는 마치 [은하철도999]에서 기이한 열차의 이미지처럼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뭐 애초에 청춘의 상징인 여름도, 새학기의 상징인 벚꽃이 아닌 시점부터 감독의 의도라고 봐야.
게다가 중딩 타카키 목소리가 변성기쯤이라서 중성적인 목소리가 듣기 싫을만큼 극불호였다.

2부 코스모너트
카고시마에 전학가서 남주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여주스미다 카나에가 등장한다. 타카키는 도쿄에서 전학온 세련된 남자를, 카나에는 도시남 타카키를 좋아한다. 하교할 때 같이 오토바이 타는 사이로 여친남친으로 오해받으면서도 스미다한테 같이가자고 하는데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친절함에 스미다는 어장에 갇혀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지하철이 아닌 오토바이라는 시골감성과 자연적인 풍광에 동화되는 것도 1편에 비해 온기는 더했을지언정 시골의 정감이라기 보단 시골의 적막감이 더 들었다. 까맣게 해진 풍경 너머를 자주 보이고 어둠속에서 인물이나 사물을 비추는 장면이 유독 많은건 보통 어두울땐 가로수로 장면에 조명을 켜는것과 청춘의 밝음이나 싱그러움이 소구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로 상담조차 채광이 밝게 드리워지는게 아니라 그늘지고 어두운 저편에서 파도도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게 아니라 거칠고 거세다. 우울한 짝사랑에 용기를 내 고백하려던 것을 삼키고 돌아선다. 중간에 어두운 밤에 보라빛 물감을 섞어놓은듯한 별빛 풍경과 나스다에서 발사하는 시속 5킬로짜리 발사장면이 타카키와 함께 본게 최고의 하이라이트지만 첫사랑의 두근거림, 사람의 마음을 알고 성장하는게 아니라 단념하는 감정선은 같은 얘기를 두고 어떻게 소구하느냐가 작품전체를 관통한다. 스미다가 고백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수동적인 캐릭터 감정선의 한계였지만, 그때 터지는 발사 타이밍으로 상황을 먹어버리는 것도 일차원적이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이 봐왔던 닳고닳은 이야기에 유려한 작화로 덮어쓰기했을 뿐. 어쩌면 [너의 이름은.]에서 보여줬던 풍경에서 천체와 학교, 벚꽃, 기차 몇가지 키워드의 배열을 거듭한 자가복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이부분에서이다.

3화 초속 5cm
다시 첫시작 4월의 상징. 벚꽃철 그 찰나의 시기로 시작한다. 타카키는 프로그래머가 됐고 아카리는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됐다. 10대때부터 우울했던 타카키는 성인이된 현시점에서는 더욱 무기력하고 낙담에 빠져있었다. 원래부터 캐릭터자체가 우울감은 있었지만 강박적이고 의무적인 일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게 회사원이 되면 다그런거 아니야, 그나이되면 다그런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1,2부를 통해 타카키의 학창시절이 어땠는지 알고 있다. 그는 한번도 활기차게 웃어본적 없다. 희로애락중에 락만있는 캐릭터다. 아카리는 평범하게 살아가며 결혼약속하고 문득 타카키에 연락을 취하지만 타카키는 알 수 없는 매너리즘에 자신을 더욱 함몰시키면서 회사도 관둔다.
뚜렷한 이유없는 회피적 우울감 속에 거지같은 일본어 보컬이 등장해 아카리와 타카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찾고 있다는 가사로 포장하는데 글쎄 아카리는 현재를 살고 타카키는 과거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길가다 우연히 마주쳐 돌아보는 순간 아카리도 그래주길 바란채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지만 아카리는 없었다. 첫사랑과 안녕한 것이다.

번역
아주 훌륭했다. 서정적인 문체로 자연스러웠다. 다만 다른 작품은 번역 누가했는지 나오던데 올레번역 누가 했는지 안나와서 알 수 없었던게 아쉬울 뿐.

연출
연기나 작중 연출이 우울함을 배가시키고 음향은 한적함을, 음악은 서정적인척하라고 이부분에서 감동을 느끼라고 종용하는 것같이 느껴질정도로 감정적인 연출이 난무해 한국신파 뺨쳤다. 한국 신파감성이 애니로 나오면 딱 [초속5cm]라고 생각이 들정도다. 서사로서는 상술했다시피 특별한게 없었고 연출이 감정적 과장일변이라 보기 힘들었다. 자가복제적인 면도 그렇고 신카이 감독작품에 대한 기대가 죄다 거품임을 매작품 거듭 실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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