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님

서사
별거 없다. 자신이 왕따시키고 괴롭혔던 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 그 왕따시킨 아이가 청각장애인이었던 것. 로맨스로 가나했더니 우정으로 마무리. 이게 현실적으로 봤을때 자신을 왕따시킨 주동자와 다시 얽히고 친구가 되고 싶을까를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판타지. 설상가상으로 쇼야도 아니고 쇼코 측에서 고백을 한다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쇼야가 확실한 주동자이다 보니 다른 주축들은 책임을 쇼야에 전부 독박씌우고 죄책감으로 해방된 동시에 왕따 공백을 쇼야로 이어간 건 정말 있을법한 일이라 좀 아찔하다.

캐릭터
쇼야는 개과천선하긴했다만 쇼야처럼 절절히 반성하는 가해자도 적고 95퍼는 그냥 별 죄의식 없이 지나치지 않을까. 뭐 만화니까 성격 좋고 공익 목적으로는 더없이 적절한 캐릭터 설정이지만.
쇼코의 경우 일본만화 특유의 비현실적 여성화 가령 다리를 꼬며 말한다든가 사람 부를 때도 부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작게해서 찌른다든가 하는 것+전형적인 성자의 모습을한 피해자+천사표 장애인. 이렇게까지 전형적인 캐릭터를 이중삼중 겹쳐놓으니 완전무결한 피해자 성녀가 돼버렸다. 아무래도 약자니까 악한짓하는 캐릭은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우에노같이 못된 애한테 맞받아치는 패기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자기를 막대한 사람에게 이유없이 사과하고, 제대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친구라고 감싸주고, 다리위에서 카와이가 우에노 데려와서 쇼야가 하나씩 니가 잘못했다고 하던 대사들은 정작 쇼코가 해야할 대사였다. 피해자로서 유일하게 가해자의 잘못을 이르짚어줄 갈등의 절정을 워낙 말못하게 바보같이 착한 임물로 그리다보니 무기능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귀싸대기 후려갈기고 자기딸 막대하는 딸동창에 패주는 쇼코 엄마가 피해자 이미지를 벗어나서 숨통이 트였고 통쾌했다. 유즈루도 성별파괴하는 캐릭터라 그럭저럭 괜찮았고.
마리이&마리아 아빠는 흑인인데 이따금씩 일본매체에 나오는 외국인이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나쁘게 보면 양념에 불과하긴하지만 그래도 가족적 일원으로 비춰지는 느낌이라 코피노며 국제결혼 일절 매체에 등장하지 않는 한국과는 다른 양상.
대놓고 악인이었던 우에노는 원래 구제불능이지만 자긴 착한척하다가 수틀릴 때 얘가 왕따시켰다고 나발불던 카와이가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교묘한 소시오패스라 더 싫었다.

성우
전체적으로 무난했는데 여주 성우가 성우라함은 발음 끝내주기로 공인인증된 직업인데 캐릭을 위해 엉터리 발음과 장애인연기를 했을거라 생각하니 직업정신을 곱씹으며 봤다. 남주 이리노 미유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주연작 처음 본듯. 인상적인 목소리는 나가츠카역의 오노 켄쇼였는데 흔히 성우 김승준 씨같은 그런 미형 성우가 아닌데다가 톤이 일반인스러우면서도 또 잘생긴캐릭도 소화할거같은 목소리라 독특한인상인데 매력적이었다.

작화
혈육이 눈알이 작으면 백발백중 R18이랬는데 쇼야는 흰자위가 많아서 해당 안된건가ㅋㅋㅋ 캐릭은 평이했는데 작화가 유려해서 특히나 배경을 비롯 물속이나 수면 파동, 불꽃놀이까지 섬세하고 환상적이어서 마침 직전에 본게 신카이 마코토여서 혹시나 했는데 들어본 기억은 없고 아줌마들끼리 한다는 쿄애니가 작화퀄 좋다는 얘길 주워들었는데 쿄애니였다. 눈호강 제대로.

번역 -이선희
매우 대단히 훌륭하다. 일단 직역체가 하나도 없다. 야바이나 키모이를 일률적으로 번역한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번역했고, 오글거리다가 표준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매끄럽게 번역했고. 그 밖에 의역이 빅쿠리시타 간떨어질뻔했다 등으로 좀 더 한국어 대사답게 번역했어서 이 번역대본 가지고 한국어 더빙판이 보고싶을 정도로 한국어본만으로 어색함없이 잘했다.

기타
일본수화에 관해 볼 기회가 적었는데 수화의 사랑과 미국수화의 손짓이 다른것으로 수화도 나라마다 다른건 알았다. 니시미야가 수화할때 일본 가나랑 형태 똑같이 손짓하기에 역시 한국 수화랑 다르구나 했는데 '같이'할때 떨어진 엄지끼리 모으는 손짓이 내가 알고 있던 수화랑 같길래 검색해봤더니, 일제강점기때 수화가 들어와서 60%는 같단다. 그러면서 후천적으로 한국어를 배운사람이 수화를 배우는 건 모국어를 기반으로한 한국어수화고, 선천적으로 수화부터 배운사람은 한국어문법과 상관없는 한국수화를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르다고. 한국수화는 한국어의 문과 관계없으니 별개의 언어로 봐야한다는 지론까지. 여지껏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담론을 알게됐다. 문명의 발달로 장애인도 학습권이 생기고 의사소통 수단을 가지게 됐지만 그들의 인권은 얼마나 상승했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만화에서처럼 일반인 속에 한 구성원으로 살아야하는데 학교에서조차 특수반, 특수학교로 밀려나고 한국의 경우 장애인은 버스조차 타기 힘들다. 장애인도 빈자도 한국 도시에서 지워진 존재라, 외국인들은 길거리에 장애인들이 없다고 놀래곤한다. 이 만화에 백프로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더불어사는 사회에 지향적인 컨텐츠가 사회인식제고에 기여하는 바 한국에서도 이런 기획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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