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님

이게 왜 1300만이냐 싶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화 빼고 별볼일 없었다. 차라리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좋았다.

일단 3년전의 사람과 몸이 바뀐 소재는 [체인지]+[시월애]를 떠오르게 했지만 [시월애] 표절은 잘 모르겠고 반전플롯으로 쓰였는데 몇번이나 몸이 바뀌면서 날짜가 바뀌고, 유행가나 유행템이 다르고, 하다못해 핸드폰 기종도 다를텐데 그걸 몇번이나 몸바뀐 경험을 한 후에 '알고보니' 시점이 달랐다는게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서로에 애틋해지는 어떤 감정선을 뭉텅 잘라내고 선배가 예전에 날 좋아했고 지금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로 암시를 주더니 급애절해진다. 서로 갑자기 세기의 사랑으로 절박하고 애타는데 쟤네 어느새 깊어진건지 도통 알 수가 없음.

오프닝-중간-엔딩 듣고싶지 않은 적당히 멋대로 부르는 일본노래 때문에 뛰쳐나오고 싶었다. 그 일본보컬 특유의 막부르는듯한 성의없음과 수준떨어지는 가창력. 수채화같은 애니와 동떨어진 음악이 겉돌아서 들어주기 힘들었다.

마을에 재앙이 예견됐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고 기껏 고등학교로 대피방송을 해놨더니 '그자리 그대로 대기하라'는 방송으로 정정하는 지점에서 한국인이다 보니 세월호가 겹쳐졌다. 감독은 2011 동일본대지진을 의도한거지만. 극중에서 이름을 잊어가는 설정이 왜그런지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방금 옆에 있었는데도 기억을 못하고 상대 이름 기억하려고 부르짖는 것으로 후반부를 소비하는데 반복돼서 지치는 감이 있었다. 그 의미가 재난으로 잊혀진 사람을 기억하자라는 의미로는 그럴싸하긴하지만 갑갑해서. 마지막 엔딩을 위한 도구적 전개처럼 비쳐졌다.

마지막에 좋아하던 선배가 약지에 반지 낀건 무슨 의미인지 텟시 커플과 봤을때 뛰쳐나가지 않은건 왜그런건지...

무스비라든가 실로 이어주는 인연이라든가 일본전통을 많이 차용한건 좋았으나 관심없었고 할머니가 이러쿵저러쿵하는데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가슴만지는 씬 작작 넣었으면 좀 지나치긴 했다.

노래 다음으로 짜증이 났던건 남주 성우가 목소리 부터가 꽉막힌 비음에다가 미츠하 몸이었을때 과장된 여성스러움을 연기해 트렌스젠더도 아니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여주 성우는 2000년대 후반 성우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목소리 톤에 무난하지만 특색 없는 연기. 누가해도 저정도는 하겠다 싶은 연기였다.

하여간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아쉬운 거 감안해도 서사가 촘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애감정이란 큰 줄기와 재해를 덩그란히 놓고 그걸 작화의 영상미로 채우려니 한계가 확연했다.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란 칭찬섞인 수식어가 결례일 정도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훌륭한 재능은 있지만  미야자키 감독과 세계관 자체의 결이 다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른 세계관으로 인해 계보로 일컬을 수 없고 자기 노선이 있다. 미야자키 감독이 신세계 판타지를 구축하는 세계관이라면 신카이 감독은 일본 고유의 여고생 판타지 노선의 최고봉.

우리나라 애니산업도 하청이 아닌 산업융성이 되어야할텐데... 부럽다 천삼백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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