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님

오랜만에 카레카노 애니 및 만화 재탕을 했다. 지금 보니 다시 보이는 것도 있고 오른쪽 눈의 시력약화로 만화책 보기가 힘들었다. 특히 애니는 당시 일본어에서 일부 단어만 들렸던 것이 다들리고 글까지 읽을 수 있다는 차이도 있었고, 당시에 선을 넘은 10대들의 사랑이라 보면서도 소녀만화 치고는 수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접했던 나이만큼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래도 순수하고 풋풋했다. 좋아한다고 말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하던 시절, 손을 잡아도 전율하던 순수함. 인간 내면의 사회적 명예욕구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렬하던 시기의 욕구적 공감대가 가장 크게 들어왔다. 일반시민이 아닌 선망받고 싶은 우등생이고 싶은 유키노와 부모님께 좋은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소이치로, 더 큰 사회에서 몸부림을 쳐도 뛰어넘을 수 없는 마호. 3명의 욕구는 사회적 욕구, 소이치로-츠바사-히데아키는 부모의 학대와 관심 또는 외면하는 애정결핍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밖에 미움받지 않기위한 삶이란 명제가 모든 캐릭터를 관통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공감대를 건드리는 심리묘사는 다시 보아도 깊이를 되새기게 하지만, 제작비 절감을 위해 동화를 줄이고, 제작스탭의 얼굴을 붙인다든가, 인형극처럼 처리한 부분은 다시봐도 저예산 몸부림이 명작의 유일한 오점이었다. 실사랑 교차해놓은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 싼티가나서 팬심으로도 못봐주겠다.
만화와 비교해서 보니 굉장히 만화의 한컷한컷을 그대로 애니화했고, 작중 심오한 나레이션은 감독의 의지였다. 그리고 애니에서 끊임없이 보였던 학교풍경이나 신호등, 하수구 등등은 모조리 감독의 의도. 만화에서 신호등은 한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만화로 다시 보니, 작가는 90년대라그런지 성고정관념이 꽤 뚜렷한편 게이나 레즈나 드립은 그 당시엔 어려서는 충격적이었는데, 지금보니 정말 드립일 뿐이었고 막상은 손사래치는 수준이었다. 여캐도 지금 둘만있는거냐며 호들갑을 떨다가도 막상 분위기가 조용해지면 부끄러워하는 귀염성을 유지했다.

카즈마가 뉴욕에서 아리마와 4개월후 만난다고 하는데 아리마는 미국에 가지 않는다. 한참 뒤에 레이지랑 만나는데 그게 그 얘긴가. 연재 당시만해도 애니가 26회로 종료해버려서 후반부도 애니가 꼭 되었으면 했지만, 10대 속도위반 임신을 해버린 기점에서 좀 맥이 빠졌다. 다시 봐도 그 부분부터 유키노가 출산/육아후 대학진학을 한다고 했던 부분이 지금보면 더 터무니 없어 보인다. 모의고사 전국 1등했던 아리마가 형사물이 좋아서 바로 경찰관에 응시하는 것도 영 탐탁치 않았고 실적쌓고 진급에 관심 없다가 주변의 권유로 진급시험 알아보는 게 그냥 만화니까 허용되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어려서 봤을 때 히데아키와 재혼!!!!!!!!은 훼이크고 임팩트가 너무 컸던 기억이 강렬해서 근 십년만에 보다보니까 중간에 결말이 생각났는데 재혼하는 걸로 멋대로 기억조작을... 듣자마자 애기는 여자애라고 확정지어서 말하는 것도 별로고 작가가 좋아하는 어른남자 취향으로 이미 미호가 12살 차이인 치과의사랑 연애하는 것도 어렸을 때도 썩 탐탁치 않았는데 유키노가 소이치로 보다 레이지에 홀린듯하더니, 사쿠라가 히데아키에 고백하자 볼 당시에도 빡쳤지만 결말이 정말 최악이란 생각 밖에. 16년 후의 유키노 입장에 이입할 수록 더욱 화가 난다. 2쿨로 끝난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아리마가의 학대의 사슬이 내려오는 것도 약간은 억지스러웠고, 소이치로 생모는 썅년만들고 생부는 너는 실수로 만들었다고 아들한테 대놓고 말하고 크는 동안 아무런 애정과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도 조금 위하는 척하니까 끌리고 있다면서 좋아하는건 그냥 레이지가 남자라서 작가가 사심이 들어간거 같다. 레이지가 자기 형만 좋아하고 같이 반듯하고 따뜻한 형수는 왜 싫어하는 지 게이물도 아니고.

한가지 미래에서 보는 관점에서 눈에 띄었던건 이재에 밝은 유키노가 은행금리로는 돈을 벌 수 없다며 it에 투자해야 한다고 야후주식을 샀다는데서 우등생 캐릭터라지만 탄성나왔다. 근데 고3되고나서 외모가 역변하더니 16년 흐르고 미소녀는 어디가고 고1때 유키노 어머니보다 못한 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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