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님

 일드 원판이야 방영 당시에 달렸는데, 투니버스 더빙판이 있다고 해서 봤더니... 만족스럽다. 처음엔 진짜 어린애들 혀짧은 소리는 아무래도 흉내내기 어렵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듣다보니 점차 익숙해졌다. 마지막회에서 원래 목소리로 잠시 돌아올 때 목소리도 멋지고 중후한 중저음이라서 가래낀 목소리의 일본 성우 보다 좋았다.관건은 일본문화 관련한 얘기나 패러디로 등장한 것을 어떻게 현지화했을까였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바꿨다. △특히 스마트네 가짜 부모가 말도안되는 만담개그를 했는데 성적인 대사도 있었고 과격한 대사도 많았는데 적절히 순화시키다니 이건 PD역량 인정bbb △과장꼬마는 초딩인데 쌍팔년도 시대 느낌이 난다고 자주 듣곤하는데, 극중에서 옛날 (일본)가요를 몇번 불렀다. 이건 편집. △형사물이다 보니 폭력적인 장면은 점프.


 다만 아쉬웠던건 번역가 안끼고 했는지 네티즌 자막을 그대로 대본으로 했다는거.. 의역한 걸 똑같이 대사 치더라ㅋㅋ 다행히 심하게 직역체는 아닌데, 종종 한국어로 어색한 대사가 곳곳에. 직역했을 때 제일 어색한 "그만둬"는 제발 '하지마'나 '그만해'로 번역했으면 좋겠다



 인상적이었던건 신입형사 쿠니미츠 역할을 한 한신 성우. 배우가 했던 뉘양스며 말투까지 그대로 빼다 박은듯한 목소리 연기라니 놀라웠다. 동시에 재생하고 프레임까지 같은 연기를 보니까 원작 참고를 많이 했구나 하는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물론 역할에 딱맞는 연기에 싱크로율도 좋았다. 그치만 원판이랑 완벽하게 같은 연기가 진정으로 좋은건가라고 한다면 미묘하다. 일본 원작의 경우 프로듀서나 원작가와 의사소통을 바로 할 수 있고 어떤 정서에서 하는 건지 바로 알기 때문에 해석 오류로 또는 뉘양스를 다르게 연기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외엔, 일본판이랑 한국판이랑 연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연기를 보고 한국어로 바뀌는게 정말 맞는 건가 싶다. 자신의 색깔이나 캐릭터 분석을 배제하고 원작에서 연기한대로 따라한건 '목소리 연기'가 아니라 '연기 모사'가 아닐까. 


  애니나 더빙물 저변이 낮은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작을 이미 예습한 일부 일빠덕후들이 쌍심지를 켜고 본다. 어떤 상황에 어떤 연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원작을 기준으로 '싱크로율'이 얼마나 맞는지를 검사한다. 모사경연도 아닌데 습자지 위에 올려놓고 거기에 한치라도 삐져나오면 게거품을 물면서 한국성우 비하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것도 알고있다. 일본애니 원작으로 많이 접하면서 성우 스스로 선택한 노선일 수도 있겠고, 지속적으로 이런 감상을 듣는 성우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맞춰줘서 불만의 목소리를 사그러들게 하는 방편이기도 하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언젠가 한 성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한국 성우는 한국 원작만화와 운명과 함께한다고. 와닿는 말이다. 그나라 정서, 그나라 문화가 들어있는 원작을 가장 이해할 수 있는 건 자국 성우가 제일이지.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원작 성우로서의 지위는 자국 원작만이 가져다 줄 수 있기에. 그런의미에서 투자받은 머털도사 최신판이 암전인게 아쉽다. 나 역시 낡아빠진 사골 한국애니 보고 자랐지만 투자좀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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